러시아 수주 물량 10조…조선3社 '속탄다'

입력 2022-03-04 17:36   수정 2022-03-05 17:00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러시아로부터의 수주를 늘려온 국내 조선업체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약 10조원의 러시아 수주 물량에 대한 인도 차질, 계약 취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방위 對러 금융 제재에 리스크↑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업체가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해양플랜트는 80억5000만달러(약 9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 1월 말 기준 3사가 쌓아 놓은 일감(수주 잔액) 978억달러의 약 8% 수준이다.

기업별로는 삼성중공업(50억달러), 대우조선해양(25억달러), 한국조선해양(5억5000만달러) 순이다. 3사가 수주한 선박 대부분은 북극해의 언 바다를 뚫고 항해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척 사업에 따라 러시아 에너지업체 노바텍과 선사 소브콤플로트 등이 발주한 물량이다.

조선업계는 러시아 금융회사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퇴출 등 국제 사회의 금융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발주 취소, 인도 거부 등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바텍 등 에너지업체에 자금을 대주는 현지 금융회사가 제재 대상이 되고, 러시아산 원료 수출 역시 제재를 받으면서 이들이 추진하던 대규모 LNG 프로젝트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한 선박 상당수가 북극해라는 특수한 환경에 맞춘 것이라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계약이 취소돼 해당 선박이 재고로 남을 경우 다른 선사에 팔아야 하지만 일반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엔 내빙·쇄빙 등의 특수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

전체 선박 대금 가운데 50% 이상을 인도 시점에 받는 계약 구조도 국내 조선사로선 걱정거리다. 건조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른 선박은 최악의 경우 대금 50% 이상을 못 받고 악성 재고만 남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제재 여파가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도 염두에 두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LNG선 호황…“호재와 악재 뒤섞여”
반면 최근 LNG선을 중심으로 선가 상승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건조에 들어가지 않은 계약 물량 취소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3사의 전체 러시아 수주 잔액 가운데 절반가량이 건조에 들어가지 않은 2024년 이후 인도분이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17만4000㎥급 LNG선 평균 가격은 2억1800만달러로, 러시아발(發) 수주가 활발했던 2020년에 비해 20% 이상 올랐다. 계약이 취소되면서 남게 된 건조 공간(슬롯)을 높아진 선가를 반영한 새로운 계약으로 채워 수주 잔액 전반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광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2025년 단납기 슬롯이 돼 호재”라며 “호재와 악재가 뒤섞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론 최대 선박 발주국인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 수입에서 선박을 통한 LNG 도입 비중을 높이면서 유례없는 LNG선 호황이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독일 정부는 대(對)러시아 제재 일환으로 최근 러시아로부터 이어지는 가스관 프로젝트인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했다.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EU가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해 LNG선을 통한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할 수도 있다고 업계는 예상한다. 김용민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패권 다툼이 에너지 교역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가스관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LNG선의 발주 수요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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